Yearly archive 2011

13시.

눈 뜨자마자 갑자기 농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한창 농구에 미쳐 살던때처럼.

뜬금없이 교보에서 책을 보고 있다는 임군을 강제소환, 국민대에 갔다.

이런 날에도 농구하는 사람들이 있네. 지독하다.

 

무려 10년만에 농구를 해본다는 아저씨, 그리고 그의 풋내기 고등학생 아들,

내 배꼽을 보고는 눈을 가리고 깔깔 거리며 도망가던 풋내기 형의 띠동갑 동생. 이상 우리팀.

죄다 박지성같이 생긴 20대 초반의 녀석들을 당해낼 순 없는 우리였지만 게임은 훈훈했다.

 

이 겨울의 공기보다 더 차가운 물이 식도를 할퀴고 지나갔다.

내 마음도, 네 마음도, 그리고 어쩌면 네 마음도 할퀴고 지나간다.

그렇게 나의, 우리의 20대 마지막 농구. 마지막 수다.

마지막 갈증.

 

18시.

회사 손님들과 저녁을 먹었다. 수제비.

음식이 나오고 양볼이 붉어질수록

창문들 위의 하얀 성에는 점점 짙어졌다.

 

20시.

번호로 여는 대문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초인종을 누르시고 들어오시는 아버지.

오늘도 습관처럼 집 초인종을 누르셨고

집에 아무도 없다는 걸 깜빡했다며 너털 웃음을 지으신다.

 

22시.

2011년, 선명하게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다.

몇몇은 더 오래된 기억들의 가느다란 연장선,

몇몇은 해가 바뀌고 또 바뀌어도 그 자리에 영속될 기억들.

기쁨과 슬픔, 평온와 분노, 사랑과 증오의 연속이었던 2011년.

내년은 부디 기쁨과 평온, 그리고 사랑만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길 기도한다.

 

23시.

다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마지막 날.

 

사실 이번 출장을 통해서 뭔가 내 자신을 리프레쉬/리부팅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

아홉수를 조심하라고 했던가.

나의 스물아홉은 내가 뜻한바이든, 아니든 간에 여러모로 고달프고 침울하며 외롭고 그리운 나날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인생의 GPS 수신이 되지 않던 난 헤어나올 수 없는 혼돈의 케이어스에 휩싸여 마치 이중인격의 정신병자인 마냥 살았다.

유달리 고민이나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못하는) 바보같은 라는 인간은 그저 정신없이 낄낄거리기만 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괜찮아질 줄 알았나보다.

 

웬걸, 출장에서 돌아오니 더 혼란스러워졌다.

상처가 깊게 패인 나의 과거는 허연 구더기들이 덕실 거리고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그 상처가 너무 아퍼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계속해서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정말 어떻해야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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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가슴 한복판이 찌-잉 하면서 저릿하고 정신은 아득해진다.

그럴때마다 엄마가 보고싶다.

꿈에서라도 좋으니 한번만.

 

The end.

암스테르담.

자전거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라면 농담이고,

사실 21살때 경험한 암스테르담은 그냥 그저그런, 하이네켄을 맘껏 마실 수 있는 평범한 유러피언 도시일 뿐이었다.

마치 뉴욕에 잠깐 여행 다녀 온 사람들이 뉴요커인 마냥 그저 “뉴욕은 더럽고 복잡하고 씨끄러워” 라고 하는 식이랄까나.

곳곳에서 풍기는 찌든 마리와나 냄새라던가, 마치 CG 같았던 홍등가 창녀들의 썩은 웃음 등이

어린 시절의 시호성에게는 나름 임프레시브하거나, 혹은 많이 별로였나 보다.

그래서인지 암스테르담에 도착하자마자 역에 있는 버거왕에서 더블와퍼세트를 먹으며 한시간여 동안 게으름을 피웠다.

쥰내 후회했다.

 

8년동안 도시가 변한건지 내가 늙은건지,

암스테르담 너무 아름답고 매력적인거라. 코펜하겐의 “나의 로망시티 넘버원” 타이틀이 위태 할 정도.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암스테르담에서 살아보고 싶다. 아니면 여행이라도 다시 제대로 가고 싶다.

근데 이나라 버거왕은 너겟 소스도 돈내고 먹어야 하고 심지어 캐첩도 공짜가 아니다. 화장실은 당연히 유로를 받는 유료.

그 어의 없었던 상황에서 버거왕 캐쉬어와의 대화가 기억난다.

 

캐쉬어: “Ketchup is not free.”

나: “What? What do you mean by NOT FREE?” 

캐쉬어: “It’s 10 cents.”

나: “You’re kidding me man. Can’t believe it.”

캐쉬어: “I know. This country sucks.”

 

와퍼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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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