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
1.

To Rome with Love, 2012
2.
Rust and Bone, 2012
3.
4.
중학생때 까지만 해도 우리 가족은 주말만 되면 꼭 영화를 봤다.
한참 어렸을땐 “유말의 명화” 라고 잘못 발음하던 “주말의 명화” 를 볼 때도 있었고,
공중파가 흥미를 끌지 못 할 땐 어김없이 동네 상가에 있는 비디오 대여점에 갔다.
그곳은 인상 좋으신 한 중년의 노부부가 운영 하셨는데
당시 프랜차이즈 대여점 같이 한편의 최신영화를 수십개씩 갖다 놓진 않았다.
마치 용산 CGV에 아이언맨3 상영관이 8개나 되는 것 처럼.
언제든 원하는 최신영화를 볼 수 없는 환경 덕분에 “신(新) 프로” 보다는
아버지가 한참을 고르고 골라야 되는 “구(久) 프로” 를 봐야될 때가 많았다.
굉장히 모험적이고 고전적이었던 시간들.
세월이 흘러 비디오와 대여점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제 어느덧 서른을 넘긴 나는 잘난체 하며 아버지 대신 영화를 고른다.
99% 인터넷 다운로드 받아서. 중간에 재미 없으면 다른 영화를 받기도 하고.
화면의 크기도, 화질도, 음질도 모두 월등히 커지고 좋아졌다.
그런데 뭘 보든 재미는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이 내 감각의 결핍인지,
아니면 이 월등한 시간이 가져다 준
약간의 삭막함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1.
친구 한 녀석이 요즘따라 “다시 태어나고 싶다” 는 말을 밥 먹듯이 한다.
사는게 고달픈 건지, 하는 일들이 뜻대로 안되는 것인지, 아니면 죽어도 살이 안빠진다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사람들 앞에서 잘 웃는다. 가끔은 좀 오바다 싶을 정도로.
혼자 길을 걷거나 운전을 할때 왠지 굉장히 분위기 잡는다. 이렇게 된지 꽤 된 것 같다.
자연스레 서정적이거나 질질 짜는 음악을 듣고 혼자 감정에 북받쳐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심지어는 병신같이 소리내어 울기도 많이 한다. 크어읔헐으흑흑끄으핡으..
좀아까도 퇴근길에 옛날 생각나게 하는 노래가 나와서 혼자 울컥하다가 앞에 벤츠 박을 뻔 했다.
완전 개시겁 ㅋㅋ
혹시 그 녀석도 혼자 많이 울지 않을까. 다른 친구들도 모두.
사람은 누구나 산더미 같은 고민이 있고 뼈아픈 기억이 있잖나.
그냥 한번 시원하게 울고나면 굳이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그 순간만큼은 개운하잖아.
그리고 그렇게 길고 긴 외롭고 아픈 밤을 보내고 나면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게 새로이 마음을 다질 수도 있는거고.
이제는 그만 너를 잊겠다거나. 이를테면.
아니면 말고.
2.
기억에 남는 생일이 몇개 있다.
국민학교 2학년인가 3학년땐가, 집에 친구들이 내 생일을 위해 찾아 왔는데
그게 아마 엄마가 친구들을 불러 모으셨던 것 같다. 그 당시 엄마는 위암 투병 중이셨다.
그때 수척한 엄마의 모습이, 보잘것 없는 생일상이 유난히 생생한데
왜인지는 모르겠다.
또 하나는, 뉴욕에 있을때. 2009년.
누가 보면 별거 아닐 수도 있는데, 난 그게 여자친구라는 존재한테 받은 첫 생일축하였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그 날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그 친구는 날 어떻게 하면 놀랠킬 줄 알았던 것 같다. (뭐 내가 아니라도 다 놀랬겠지만)
이번에 그렇게 상상도 못한 (과분한) 생일축하를 받고 나니
생일은 꼭 챙겨 먹어야 되는거구나 라고 깨달았다. 라면 농담이고.
모두에게 진심으로 너무너무 감사하고,
한편으론 송구스럽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3.
왠지 오늘밤에도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질질 짤 것만 같다.
아무렴.
4.
그 벤츠 박을 뻔한 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