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Yellow Shell Without Color

• 2019.09.15

블라인드를 올리는데 저 위에 뭔가 보였다. *노란 무당벌레 한 마리가 붙어 있었다. 원단이 말려 들어가기 바로 직전 즈음에. 일부러 줄을 탕탕 치며 올리는데도 꼼작 않는다. 음… 조금 귀여우니 까짓거, 나중에 올리지. 굳이 주저 앉아 창문을 열었다.

아, 가을 하늘이네.

조심스럽게 무당벌레를 때내어 손바닥에 올려놨다. 죽은 것 같아 보이더니 곧 손등으로 그리고 손가락 사이를 야무지게 기어다녔다. 방충망을 열고 손을 저만치 내밀어줬다. 밖이라는 걸 어째 알았는지, 등딱지에서 날개가 삐져나왔고 잠시 숨을 고르는 것 같더니 이내 약지 끝을 떠났다. 하늘이 너무 예뻤다.

추석 연휴 내내 (나만) 괴롭히던 모기 한 마리를 끝내 잡았다. 그저 물리기만 할 뿐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는데, 무당벌레를 날려보내고 돌아서는 순간 눈 앞을 휘청휘청 스쳐갔다. 그냥 존나 휘갈겼지 뭐.

그 둘이 내 방에서 얼마나 함께 있었는지 모르겠다. 쓰러질 듯 말 듯한 여름은 어김없이 어느 순간부터 냉기를 품는다. 요 며칠동안 처럼. 두 계절이 얼마나 오랫동안 공존하는지 정말 어느 하나는 떠나버리는 건지, 알 수 없다. 그저 가을이 낳은 무당벌레와 끝여름의 모기는 각각 하늘로, 쓰레기통으로 간 것 밖에는.

*무당벌레는 봄에 출현하여 포식활동과 산란을 하다가, 여름잠을 잔 뒤 9월경 가을에 다시 등장하여 포식활동, 번식, 산란을 하는 한살이를 갖고 있다. […] 부화한 무당벌레 성충은 처음에는 색상이 없이 노란색의 등껍질을 갖고 있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몸이 굳어지면 개성강한 경계색(빨간색, 주황색)을 갖춘다. – Wikipedia

 

2019.9.15 상왕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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