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밴프의 밤하늘과 달빛과 쨍한 공기가 생각나는 노래.
청춘이라는 이름의 기적,
그때는 몰랐었네.

해가 지는 노오란 청계천에서는 이 노래를.

병원 뒤로 넓은 주차장이 있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노을빛이 주차장 주변의 나무들과 아스팔트 위를 비추었다. 곳곳에서 반짝이는 건 전날 내린 빗물이 고여 생긴 물웅덩이였다. 그 위에 노을빛과 나무 그림자, 파란 하늘이 비쳤다. (중략)

수십 년이 지나도 그때의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사람의 죽음에 나는 주체할 수 없이 슬픈데 세상은 미치도록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에 대해, 그때 느낀 위화감에 대해, 나는 지금까지 몇 번이고 곱씹어보고 나서야 겨우 알았다. 슬플 땐 마음껏 슬퍼하면 된다. 그렇다고 그 슬픔이나 괴로움을 다른 사람이 알아주길 바라서는 안 된다. 그건 이기적인 생각이다.

나와 내 가족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슬프고 괴롭다고 해서 세상이 나를 위해 슬퍼할 이유는 없다. 우리 가족이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동안 세상이 암흑으로 변하는 일도 없었다. 우리의 슬픔이 이 세상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中, 테라오 겐 (2019)

If Only We Were Young

1.

아침 알람소리로 하루를 여는 삶을 다시 시작했다. 여전히 한 번만에 일어나지 못하고, 어김 없이 아침밥을 거르고, 온통 잿빛의 하늘만 남은 출근길이지만, 삶의 무게는 꽤 가벼워졌달까. 오로지 감상적 인풋과 물질적 소비만 존재했던 지난 (행복했던) 몇 개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역시 창조적인 아웃풋이 없는 인생은 단조롭고 건조하기만 하다. 아, 노동의 숭고함이여. 아, 월급의 소중함이여..!

 

2.

넷플릭스의 백미는 역시 다큐멘터리가 아닐지. 최근에 본 건 “D-7 카운트다운“이라는 다큐의 “카시니의 마지막 여정” 에피소드. NASA의 토성 무인 탐사선 “카시니(Cassini)”의 마지막 일주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으레 초이지적이고 기승전 “아메리칸 프라이드”로 격파할 법한 소재이나, 의외로 인간적인 측면을 담담하게 어루만진다. 카시니는 무려 20년 동안 토성과 그 주변 위성들을 탐사했다는데, 우리가 본 거의 모든 토성의 이미지들과 관련 정보들은 이 카시니를 통해 얻게 된 것이라고. 지구로부터 12억 80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기계에 한 평생을 바친 사람들의 엔딩 스토리가 너무나도 생경하고 감동적이다. 그들이 아니면, 그들의 가족이 아니면, 혹은 미국인이 아니라면 절대 경험할 수 없고 느껴볼 수 없는 형태의 감정들. (일본인들의 “하야부사“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에서도 우리가 손수 만든 범우주적 드라마에 감동하고 눈물 흘리는 날이 올까. 난 안 올 것 같아. 그래서 미국만세.

 

3.

죽음과 가장 멀리있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지 않을까.
며칠 전에 회사 동료와 대화 중 들은 말. 아이슬란드같이 경이롭고 핀란드처럼 아름답다. 아마 올해 최고의 “인풋” 중 하나가 아닐지.

 

4.

그러고보니 아이슬란드와 핀란드의 기억을 곱씹을 새도 없이 한 해가 지나갔네. 아직 불완전 연소된 여운, 그 위를 불투명하게 덮고 있는 얇고 무른 기억의 레이어, 그리고 알람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는 지금.

And I know in the past we wanted separate roles
Then I chose you, yeah
And I’ve seen the kind of dirt that took my baby from me
Oh, I never told you
Anytime I feel my week is nearly over
I lay awake in all kinds of darkness, Polly

Oh no no no
If only we were young
You’d make me feel hung up

And I know in the past you left me with no heart
How cheap were the nights you used to keep me warm?

Girl no no no
If only we were young
You’d make me feel w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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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난 뒤 내 인생이 달라졌어

입력: 2010.06.14 03:07

13일 일본 열도의 눈길이 밤하늘에 쏠렸다. 금성처럼 빛을 밝히면서 7년 만에 나타난 우주탐사선 ‘하야부사’를 따라가는 시선이었다. 일본어로 송골매를 뜻하는 하야부사는 오후 7시 51분쯤 소행성 표본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캡슐을 분리시키고 대기권에 충돌해 사라졌다. 캡슐은 밤 10시 52분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해 낙하산을 편 뒤 호주 남부 사막에 내려앉았다.

일본 국민들이 ‘하야부사군(君)’이라는 별명이 붙은 탐사선의 귀환에 열광하고 있다. 하야부사의 귀환이 알려지면서 하야부사를 쏘아 올린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는 귀환을 축하하는 응원 메시지 1900여통이 몰렸다. 하야부사가 귀환하는 날 밤하늘을 보며 한 잔 기울이라고 ‘하야부사 환영주(酒)’도 판매됐다.

하야부사는 달 이외의 천체에 착륙해 소행성의 표본을 가지고 지구로 돌아오는 세계 최초의 사례다. 하야부사는 2005년 지구에서 3억㎞ 떨어진 소행성 ‘이토카와’에 착륙해 지름 1㎝의 금속 총알을 초속 300m로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튕겨진 암석 표본을 하야부사가 캡슐에 수집한 것으로 JAXA는 확신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표본을 분석하면 45억년 전 태양계 탄생 당시의 상황에 관한 단서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14일부터 캡슐을 수거해 분석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지금 일본 국민이 하야부사에 열광하는 것은 성과 때문이 아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JAXA에 도착한 응원 메시지는 “너를 만난 뒤 내 인생이 달라졌다.” “캡슐에 아무것도 없어도 돌아와 준 것만으로 금메달 100개 감”이라는 감상들이 주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60억㎞의 여정을 7년 동안 홀로 거친 뒤 만신창이로 지구에 도착하는 탐사선이 일본 국민들에게 인간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해석했다.

2003년 일본이 자체 개발한 M-V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날아간 하야부사의 여정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탐사 도중 엔진 4개 가운데 3개가 파손됐고, 자세 제어장치 3대 중 2대가 고장 났다. 소행성 착륙 후 무려 7주 동안 통신이 끊겨 JAXA가 우주 미아로 거의 포기하는 상황도 있었다. 당초 귀환 예정(2007년)보다 3년이나 늦어진 것은 하야부사의 귀환이 얼마나 험난했는지를 알려준다. 하야부사가 일반인의 관심을 끌어모은 것은 JAXA 연구원들이 이런 실패의 여정을 JAXA 홈페이지에 ‘하야부사군의 모험 일기’라는 제목으로 인격화시켜 동화처럼 풀어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75년 미국이 만든 1단 로켓에 자체 기술로 만든 2단 로켓을 얹어 발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순국산 로켓 개발에 착수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했다. 하야부사를 쏘아 올린 M-V 로켓 역시 총 7번 발사 중 2000년 4호기 발사가 실패했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