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뒤로 넓은 주차장이 있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노을빛이 주차장 주변의 나무들과 아스팔트 위를 비추었다. 곳곳에서 반짝이는 건 전날 내린 빗물이 고여 생긴 물웅덩이였다. 그 위에 노을빛과 나무 그림자, 파란 하늘이 비쳤다. (중략)

수십 년이 지나도 그때의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사람의 죽음에 나는 주체할 수 없이 슬픈데 세상은 미치도록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에 대해, 그때 느낀 위화감에 대해, 나는 지금까지 몇 번이고 곱씹어보고 나서야 겨우 알았다. 슬플 땐 마음껏 슬퍼하면 된다. 그렇다고 그 슬픔이나 괴로움을 다른 사람이 알아주길 바라서는 안 된다. 그건 이기적인 생각이다.

나와 내 가족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슬프고 괴롭다고 해서 세상이 나를 위해 슬퍼할 이유는 없다. 우리 가족이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동안 세상이 암흑으로 변하는 일도 없었다. 우리의 슬픔이 이 세상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中, 테라오 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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