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목이 늘어난 흰티셔츠에 팬티 차림으로
혼자 너구리 한냄비를 끓여 먹고
우연히 이 영상을 보게 되었다.
외할아버지의 첫번째 기일.
미사를 드리다가 문득 어젯밤에 본 오피스 생각이 나서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코끝이 따끔 거렸다.
내 표정을 눈치채신 건지,
외할머니가 내 오른손을 꼭 잡으셨다.
그 감촉이 마치 엄마의 손길 같았다.
이따금씩 종교가 싫다.
20130511 청계천
20130512 광화문
20140516 한남대교
20140520 동호대교
Another Earth, 2011
오늘의 퇴근길
1.
To Rome with Love, 2012
2.
Rust and Bone, 2012
3.
중학생때 까지만 해도 우리 가족은 주말만 되면 꼭 영화를 봤다.
한참 어렸을땐 “유말의 명화” 라고 잘못 발음하던 “주말의 명화” 를 볼 때도 있었고,
공중파가 흥미를 끌지 못 할 땐 어김없이 동네 상가에 있는 비디오 대여점에 갔다.
그곳은 인상 좋으신 한 중년의 노부부가 운영 하셨는데
당시 프랜차이즈 대여점 같이 한편의 최신영화를 수십 개씩 갖다 놓진 않았다.
마치 용산 CGV에 아이언맨3 상영관이 8개나 되는 것 처럼.
언제든 원하는 최신영화를 볼 수 없는 환경 덕분에 “신(新) 프로” 보다는
아버지가 한참을 고르고 골라야 되는 “구(久) 프로” 를 봐야될 때가 많았다.
굉장히 모험적이고 고전적이었던 시간들.
세월이 흘러 비디오와 대여점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제 어느덧 서른을 넘긴 나는 잘난체 하며 아버지 대신 영화를 고른다.
99% 인터넷 다운로드 받아서. 중간에 재미 없으면 다른 영화를 받기도 하고.
화면의 크기도, 화질도, 음질도 모두 월등히 커지고 좋아졌다.
그런데 뭘 보든 재미는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이 내 감각의 결핍인지,
아니면 이 월등한 시간이 가져다 준
약간의 삭막함 때문인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