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길에 라디오에서 나온 노래.
겨울이 느껴져.

1.

나의 보호자의 보호자가 되었다.
아버지가 수술을 받으셨다.

경과는 비교적 양호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약해져 가는 당신의 모습을 보는게 고통스럽다.
마치 어른이 되기 위한 긴 수술이랄까.
이렇게 어른이 되가는 것일까.

 

2.

사촌누나가 출산을 했다. 아들.
누나의 배부른 모습은 구경도 못했는데
느닷없이 팔뚝만한 아기가 내 앞에 있다니.

신생아는 시력이 없고 한두 달은 흑백으로 본다고 한다.
생명은 경이롭다.

 

3.

큰고모부께서 긴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향년 72세.
언제까지고 항상 곁에 있을 것만 같던 가족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영원히 볼 수도 이야기 할 수도 없을때,
젊고 건강했던 지난날의 당신께서 미소짓는 영정사진을 바라볼때
밀려오는 정신적 공황과 무기력함,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슬픔.

사람,
내가 낳은 자녀들을 보고 기뻐하고
그 자녀들은 나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워한다.
끝없는 모순의 반복.

 

4.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의 연속이지만
어찌됐든 우리 가족의 수는 변함이 없다.

우리네 인생사.

20120915 서울아산병원

애초에 변하지 않는 사랑이란 없는 것 같다.
사랑은 어떻게 시작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일촉즉발 레알 서바이벌 미션이 아닐란가.

Blue Valentine,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