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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5 양화한강공원

(written on WordPress for iPhone)

2004년.

내 맞고참이었던 김병장님은 허구언날 질질짜는 발라드만 들었다. 가사가 슬프다나.

이 사람 겉은 되게 날리는데 음악은 맨날 건조대에 널린 젖은 옷들 마냥 축축 늘어졌다.

경상도 사람은 발라드를 좋아하나, 대구사람이라서 그런가, 아 대구 쥰내 대구려..

꼴에 시부야케이와 일렉트로니카같은 빠르고 그루브한 음악에 심취해있던 나에겐

그저 편협한 음악적 소양을 지닌, 한 여름의 장마철보다 더 꿉꿉한 존재였다.

 

그리고 가끔씩 입대전 사겼던 여자친구에 대해 주절주절거렸다. 사랑했다나.

내 항상 혼신의 힘을 다해 들어주고 이해해보려 했지만 뭐 이딴 가습기가 다있노.

스물두살의 청년은 어떻게 하면 이쁜 여자를 잘 꼬시고 잘 할(?) 수 있을까에 열 올렸지,

당신의 과거 여성편력이 어떻게 아름답게, 혹은 슬프게 끝났냐 따위에는 그저 멍-했으리라.

누군들.

 

그 형은 왜 그렇게 늘어지는 노래들만 들었는지, 툭하면 헤어진 여자친구 이야기만 했는지.

재미없는 인간.

 

재미없었던 나란 인간.